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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앨범이야기/N.EX.T 2nd Album(The being)

대중음악계의 값진 유산 넥스트 2집

by 수수네 하우스 지킴이 2020. 7. 11.

5월 신해철의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고스트 터치> 출시가 완료됐다. 앨범에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대에게’를 비롯해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열두 곡이 담겼다. 총 열다섯 곡이 수록돼 있지만 이 중 셋은 서주로서 분위기를 예열하거나 연주곡으로 반복돼 여운을 증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에 나온 작품들로 구성돼 있긴 해도 연주를 새로 입힌 덕에 노래들은 신선함을 나타낸다. 많은 팬이 <고스트 터치>를 반겼을 것이다.

넥스트 2집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원: 더 비잉>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느낄 이도 적잖을 듯하다. 넥스트의 2집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원: 더 비잉> 수록곡은 하나도 실리지 않은 까닭이다. 1994년에 나온 이 앨범은 평론가들과 음악계 종사자들이 선정한 명반 리스트에 여러 차례 호명돼 왔다. 신해철의 디스코그래피 중 으뜸가는 걸작으로 여겨지는 음반의 노래들이 없으니 허전한 맘이 들 수밖에 없다.

멤버 변동 탓에 사실상 신해철의 솔로 작품에 가까웠던 2집은 전과 다른 음악을 선보여 참신했다. 앞서 무한궤도나 넥스트 데뷔 앨범의 몇몇 노래에 프로그레시브 록의 요소를 들인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그 양식의 소화가 훨씬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더불어 헤비메탈, 하드록, 펑크록을 시도해 대체로 센 소리를 들려줬다. 록 뮤지션으로 완연히 탈바꿈한 자리였다.

가장 강렬했던 노래는 단연 <껍질의 파괴>다. 노래는 신시사이저와 전기기타가 활력을 발산하는 전주, 어두운 톤의 내레이션과 속도감 있는 연주가 이어지는 브리지, 행진곡풍의 후주를 연결해 내내 날카롭고도 장엄한 기운을 내보낸다. 기승전결이 뚜렷해 10분에 달하는 긴 길이임에도 결코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신해철은 장대함과 견고함을 겸비한 연출로 뛰어난 음악성을 재차 선전했다. 고음과 저음을 오가며 반주와 유기적으로 동행하는 보컬 역시 일품이었다.

신해철의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고스트 터치>



이어 슬래시 메탈 형식을 취한 <이중인격자>로 앨범은 박력을 지속한다. <드리머>는 차분하게 시작하지만 후렴부터는 드럼과 전기기타를 드러내 록의 외투를 걸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베이스와 신스 브라스를 부각한 반주로 흥을 돋우고, <불멸에 관하여>는 무그 신시사이저와 플루트로 신비로움과 고즈넉함을 선사한다. 신해철은 넥스트 1집에 이어 2집에서도 하나의 주제를 노래들에 녹여냈다. 제목에 명시했듯 2집은 ‘존재’에 관해 논했다.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진정한 나에 대한 탐구(껍질의 파괴), 독립된 존재로서 추구하는 이상의 실현(드리머), 생명의 유한함에 대한 깨달음(날아라 병아리) 등 노래들은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5월로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원: 더 비잉>이 나온 지 25년이 됐다. 과감한 자기 쇄신, 성대함과 튼튼함을 두루 갖춘 음악, 세상과 나에 대한 사색을 이끄는 깊이 있는 가사로 앨범은 긴 시간이 지나도 광채를 띤다. 50년이 지나도 가치는 쇠하지 않을 것이다. 넥스트 2집은 신해철이 우리 대중음악계에 남긴 값진 유산이다.

 

<한동윤 대중음악평론가>

원문보기: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5201116271&code=116#csidx422bbcb4e386baca20d2426b748a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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